귀신 보는 친구 이야기 17, 외전

실화괴담/귀신|2019. 4. 25. 13:13

귀신 보는 친구 이야기 17, 외전 / 무서운 귀신 괴담이다 인터넷에 떠 도는 괴담으로 붉은 광대님이 겪거나  친구들이 겪은 실화라고 한다

오래전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사춘기의 소년은 우연히 한 소녀를 보았고 첫사랑, 그것도 짝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었다 소년은 그녀에게 한 번도 마음을 고백한 적이 없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스토커나 다름없는 짓뿐이었다 소년의 주변과 그녀의 주변을 통해서 그녀가 알지 못하게 몰래 그녀의 소식과 그녀의 이것저것을 알아내고 그녀의 주변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핑계로 불러냈다 힐끔힐끔 바라보던 것들이 소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몰래 알아낸 소녀의 삐삐 번호, 삐삐 인사말에 소녀가 설정해둔 노래를 듣느라 공중전화에 동전을 얼마나 넣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은 오래 가질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는 해를 앞둔 그 해 겨울 소녀는 세상에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불치의 병에 걸린 여주인공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교통사고를 당해 소녀는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 학기 첫날 어색한 고요함이 존재하는 교실에서 소년은 맨 뒷자리 책상에  엎드려 억지로 잠을 청하며 고요함을 피했다 그때 소년은 앞자리의 있던 두 명의 녀석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A:야 쟤야 우리 반 됐다
B:아 씨 재수 없게.. 저 새끼 진짜 불길한데 근데 저 새끼 진짜 귀신 보는 거 사실이냐?
A:중학교 때 나랑 같은 반이었는데 진짜 장난 아니었어

소년은 고개를 들어 앞자리에 있던 두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소년:야
A,B:응?
소년:자세히 얘기해봐
A, B:;;

소년은 녀석들의 이야기를 대충 듣고 나서 귀신 본다는 그 녀석의 자리로 걸어갔다

소년:야

소년가 불러도 그 녀석은 어떤 반응도 눈길도 주지 않고 자신이 읽던 책만 읽고 있었다

소년:너 귀신본다며?

녀석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내 말투 탓도 있었겠지만 난중에야 녀석이 원래 그런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소년은 한번 더 위협적으로 물었다

소년:안 들리냐 귀신 있냐고?

그제야 녀석이 소년을 힐끔 쳐다보지만 이내 다시 자신이 읽던 책으로 시선을 돌린 후 대꾸를 했다

그 녀석:학기초라고 시비 거는 거면 다른 데 가서 해

소년은 녀석의 무시하는 반응에 결국 녀석의 옷깃을 움켜 잡고 일으켜 세웠다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갈 듯이 녀석을 노려보았다

소년:반응 한번 참 좇같다 그렇지?
그 녀석:있다고 하면 믿을 거냐?

소년과 녀석이 친해지게 된 건 그 뒤로 시간이 약간 지난 한 달쯤이 채 못된 이후다 그리고 이전 이야기들에 나왔던 A, B, C라는 다른 녀석들도 함께 친해졌다 소년은 녀석에게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물었다 저기엔 귀신 있냐? 저기는? 하루에 한 번씩 되풀이되는 흔한 레퍼토리다

시간이 더 흐른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대화가 오갔다

소년:저긴 어때? 저기엔 귀신 있냐?
그 녀석:....
소년:이 새끼 왜 대답이 없이
그 녀석:레드[내 닉네임]
소년:응?
그 녀석:네가 말한 그 여자애는 아무 데도 없어

HS와는 무당집 사건 이후에 조금 더 친해졌다 어느 날 HS에게 연락이 왔다

HS:아저씨
나:응?
HS:나랑 대전 갈래?
나:대전은 왜?
HS:귀신 들린 집 보러..
나:귀신은 니미? 귀찮타..
HS:아 이 아저씨.. 나처럼 어리고 이쁜 애가 단둘이 여행 가자는데 튕김?
나:미쳤구나

말이야 귀신 들린 집 보러 가자고 했지만 HS는 날 더 시험하고 싶었던 것 같다

 


HS의 친구는 학교 때문에 대전에서 혼자 자취를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기숙사에 들어가길 원했지만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꼬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자취 쪽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독립생활의 자유를 만끽하기도 전에 기묘한 일들이 휘말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은 긴 복도식의 원룸형 건물로 이상하게 복도에 누가 지나가면 발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방 안에서 들려왔다

 

그렇지만 그 건물엔 자신 외에 다른 같은 학교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어느 순간 이상하다고 눈치를 챈 것 매일 일정한 시각에 뚜벅뚜벅 발소리가 자신의 문 앞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야 발소리에 집중하지 않았지만 늘 자신의 문 앞에서 멈추는 발소리는 다른 집으로 들어가는 소리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집 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춘 후 몇 시간 동안이나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발소리가 들려오는 그 시간은 항상 저녁 11시였고 평범한 발소리가 아닌 걸로 알게 되었다

그 발소리는 조금 더 기괴해졌다 발소리가 집 앞에서 멈췄던 예전과는 달리 그 발소리는 그녀의 집 앞에서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뚜벅뚜벅뚜벅뚜벅뚜벅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누가 집 문 앞에서 제자리걸음 하는지 처음엔 스토커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귀가 시간을 늦지 않았고 문단속을 습관 한 했다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 따라오는 사람이 있나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그 후로 11시의 제자리걸음은 계속되었고 집주인 아주머니나 학교 동기들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제자리걸음을 걷는 소리나 날 때 몇 번이나 올라오게 했다 주인아주머니나 동기들이 찾아와서 문을 열었을 땐 그녀의 집 앞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 제자리걸음을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 제자리걸음이 들려올 때마다 문단속은 확실히 되어있었기에 나중 가니 큰 무서움은 없었다고 한다 집 문에 손대기만 해봐라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벼르고 있었다
그러다 그 발자국 소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녀의 집안의 불을 꺼둔 채로 TV만 켜놓고 TV를 보고 있을 때 여지없이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문득 현관 쪽을 봤는데 현관문에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한 작은 렌즈가 달려있었다 밖에 누군가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문 밖에 센서등이 켜져야 했다 불을 꺼놓은 집안보다 밝은 현관 밖 불빛이 렌즈에 보여야 했다 센서등이 고장 난 것 아니었다 자신이 아까 집에 들어오기 전에 작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설마 렌즈에 바짝 붙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들여다보게 할 수 없으니 렌즈를 막을 테이프를 찾아들고 현관문 쪽으로 갔다

그 순간, 자신의 현관도 센서등이란 걸 그녀는 잊고 있었고 현관에 다가가자 현관의 센서등으로 그녀의 현관이 밝아졌다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던 제자리걸음도 센서등이 들어오자 멈췄다

 


그때 그녀는 그동안 발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것이 한순간에 욱하고 터져 나와 어떤 개새끼 야하고 소리치며 현관문 작은 렌즈에 눈을 갖다 대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렌즈엔 복도 맞은편 옆에 소화전 불빛과 어두운 복도의 희미한 모습만 보였다 애초에 문 밖에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 그 제자리걸음은 문밖이 아닌 안쪽 현관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집주인을 찾아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따지고 물었지만 주인아주머니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면서도 시치를 땠다고 한다 그리고 1년 계약이라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이사를 가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평소 신기가 있던 HS에게 하였고 HS는 나를 끌고 이사 가기 전 그 집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친구인 그녀를 만나 위에 있었던 일을 듣고 난 후 그녀의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건네받았다 그녀는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HS는 문제의 원룸 건물로 갔다 친구인 그녀가 살았던 층에 도착하니 왠지 모르게 막혀있다는 느낌과 답답한 기분이 몰려왔다


그러자 갑자기 HS가 재빨리 뛰어가 한 문 앞에 도어록을 빠르게 누르고 그 집안으로 들어갔다

HS:흥 도망가려고?

HS가 혼 잘 말인 듯 내뱉은 말을 들었고 HS는 다급하게 나를 불었다

HS:아저씨 빨리 들어와요!

나는 집 안에 무슨 일이 있나 다급히 부르는 HS의 목소리 빠르게 그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근데 집안에 들어서니 별다른 건 없었다

그 순간 HS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나:뭐야 너?

내 물음에도 HS는 한참을 웃었다

HS:이미 한번 죽은 게 또 뭐가 무섭다고 저렇게 떨어 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
나:?

HS의 이상한 행동에 나는 되물었다

나:무슨 일인데?
HS:이제 사라졌어요 가요 이제 ㅋㅋㅋ

카페에 기다리고 있던 HS의 친구와 다시 만나 셋이 술 한잔을 하며 그 집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HS는 술에 취해 아저씨 대박 ㅋㅋㅋ 이 말만 반복했다 나머진 평범한 술자리와 다를 건 없었다

어느 날, 친구 녀석에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귀신 보는 놈:나 이번에 잠깐 들어간다
나:담배 사와

남들이 보면 굉장히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대화지만 그래도 우리 둘은 나름 친밀감의 표시였다 녀석은 늘 한국에 들어올 때 헤비 스모커인 나를 위해 당시 한국에서 팔지 않던 러키 스트라이크 담배와 한국에서 팔지 않는 또 다른 특이한 담배들을 늘 한가득 사 왔다 녀석이 돌아온 첫날은 가족들과 함께 보냈고 둘째 날은 녀석을 만났다 저녁이 되어 녀석과 술 한잔을 하던 중 난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그 술자리에 불렀다

귀신 보는 놈:누군데 불러 여자 생겨냐?
나: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HS와 귀신 보는 놈 둘 다 공통점이 있으니 둘이 만나면 이래저래 통하는 게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HS는 내 친구 녀석을 보자마자 평소 깝죽거리는 이미지와는 달리 호랑이도 본 듯 굉장히 주눅 들어 있었다 평소와 달리 정말 조용하고 소심한 모습이었다
HS도 신기 있다고 친구에게 소개했고 친구 녀석은 그다지 그 부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술자리에서 몇 번이나 HS에게 말 좀 하라고 부추겼고 HS는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듯했다 나도 점점 취기가 올라올수록 HS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퇴마사 하면 돈 많이 벌려나?
귀신 보는 놈:또 헛소리 한다
나:야 인마 이래 봬도 내가

허세 가득한 말투로 시작하며 얼마 전에 있던 HS와 대전 갔던 일을 이야기했다 HS는 계속 내 입을 막으려는 듯 보였고 친구 녀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들었다

나: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HS:아저씨...;;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 녀석이 HS를 한번 노려보며 다시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귀신 보는 놈:영능력도 없는 놈이 뭘로 퇴마를 할 건데 헛소리 말고 앞으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그리고 너 많이 취했다 집에 가자 이제

녀석의 말에 술자리를 정리하고 셋 다 택시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 중 나는 눈치 없이 또 한마디를 했다

나:난 신장급 귀신도 이겨 인마 ㅋㅋ
귀신 보는 놈:?
HS:?

그 말에 HS는 사색이 되었고 친구 녀석은 날 노려보며 물었다

귀신 보는 놈:무슨 소리야 그건?
HS:아저씨 제발 좀!

친구 녀석이 당황해하는 HS의 말을 막고 나에게 물었다

귀신 보는 놈:계속해

무언가 달리진 녀석의 분위기에 나는 장난스러운 말투를 거뒀다

나:아니다 내가 헛소리 했네
귀신 보는 놈:말해 뭔데?
HS:;;;

나는 HS의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에 말이 헛나온거라고 계속 잡아 땠지만 친구 녀석은 그 헛나온게 뭐냐며 집요하게 물어왔다 그런 모습은 녀석에게 처음 본모습이다
나는 결국 녀석의 집요함에 최대한 HS와 연관이 없는 듯이 많은 부분을 생략하며 간단하게 내뱉듯 HS의 권유로 당집에 갔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HS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어찌할 줄 몰라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녀석이 HS의 뺨을 세차게 후러갈겼다

귀신 보는 놈: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지?

당황스러운 상황에 놀라 있을 겨를도 없이 고개를 떨군 HS가 울먹이며 죄송해요라는 말을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난 녀석에게 화내며 말했다

나:야 너 쳐 돌았냐?
귀신 보는 놈:너도 적당히 좀 해라 그러다 진짜 죽어 새끼야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면 있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해서 담배를 두 가치 꺼내 불을 붙이고 한 가치를 녀석에서 주었다

귀신 보는 놈:신장급? 장난하나 네가 거기 들어간 건 사실상 시비 걸려고 들어간 거랑 다름없다 그래 그 신장급이라는 게 그때 자기보다 세건 말건 작정하고 덤볐으면 너 어떻게 됐을 것 같냐 영능력도 없는 새끼가 그걸 뭘로 막을 건데?
나:?
귀신 보는 놈:죽고 싶거든 정상적으로 죽어 쓸데없는 짓 하다 개죽음당하지 말고...

뭐 아무튼 그 날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오랜 친구사이이니 금방 풀어졌다 녀석은 며칠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듯 지내다 다시 외국으로 떠났다 그 뒤로 HS도 귀신과 연관된 일에 날 끌어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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