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민박집 귀신 괴담

실화괴담/귀신|2019. 6. 27. 12:45

제주도 민박집 귀신 괴담, 14살 때 겪었던 이야기다 제 위로 형 1명과 어머니, 외할머니 이렇게 살고 있다 그 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은 약간 우울한 분위기로 지냈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분위기 전환 겸 제주도 여행을 제안하셨고 지금까지 여행이라는 걸 떠나본 적이 없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비행기도 처음 타고 제주도라는곳을 처음 와봤다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우리는 서귀포로 직행하는 버스를 탔다 공항과 서귀포만 왕복하는 버스였다 그걸 타고 서귀포에 내린 우리 가족은 제일 먼저 숙박 시설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큰 호텔이 하나 있었고 그 옆엔 2층짜리 건물로 된 민박집이 하나 있었다 가격도 싸고 취사도 할 수 있다는 민박집주인 아저씨의 얘기에 저희 가족은 망설임 없이 그곳에 투숙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장마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제주도가 비가 많이 오는 건지 그다음 날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관광을 하지 못하고 민박집에서 사흘을 보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희 형은 학업이 중요하다며 제주도를 떠났다 결국 어머니와 저만 민박집에 남게 되었다

 

당시 장마철이라 민박집의 손님이 우리 가족 말고는 없었다 1층에 방 8개,2층에 방8개 이렇 구조였는데 인기가 없는 곳도 아니었다 복도와 1층에 공용 주방시설에는 이 민박집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알려주는 낙서들이 가득했다 무슨 동아리, 누구 신혼여행,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등 그런 낙서들을 볼 때마다 관광철이 아닌데 왔구나 생각했다

 

당시 제가 묵던 2층의 구조는 대략 1층과 연결된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복도가 하나 뻗어있었고 계단 우측 복도 좌우편으로 방이 2개씩 총 4개 계단 좌측 복도 좌우편에도 방이 2개씩 총 8개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중앙 계단 앞에는 비교적 큰 정수기가 한대 놓여 있었다 건물 복도와 문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걸어 다니거나 문을 여닫으면 특유의 나무소리가 들렸다 제가 묵던 방은 계단에서 올라와 왼쪽 복도 두 번째 방이었다 방 구조는 2인용 침대가 방문 오른쪽 옆에 놓여 있었다
방문 맞은편에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커다란 여닫이 창문이 있었다 방문 왼편에는 화장실 겸 욕실이 있었고 화장실 문과 여닫이 창문 사이 방 구석진 자리에 작은 서랍이 놓여 있었고 그위에 TV가 하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저녁 7시 어머니는 제주도에 있는 한 교회의 철야 예배를 드리러 가셨다 새벽 예배도 거기서 드리고 오신다고 하셨고 주인아저씨는 1층 카운터 자리를 보다가 늦은 밤이 되면 건너편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주무셨다 그러다 보니 그날 밤 혼자가 그 건물에 남겨졌다 저녁 무렵부터 비는 다시 내리더니 소나기가 오더니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투니버스가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컵라면을 하나 먹으며 포켓몬스터를 봤다 어느덧 10시가 넘어갔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한기가 돌아 침대에서 나와보니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여닫이 창문을 닫는 걸 잊고 있었다 창문은 밖으로 몸을 쑤욱 내밀어 닫아야 하는 여닫이 문이었다 창문을 닫으려고 몸을 밖으로 내민 다음 양 팔을 벌려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 문을 닫았다
그 덕분에 비를 쫄딱 맞아 수건으로 바닥에 물기를 닦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TV에서는 어느새 드래곤볼이 하고 있었다 셀이 인조인간들을 집어삼키는 편이었다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삐그덕 삐그덕 사람 발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아니면 민박집주인 아저씨겠지 하면서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발소리가 분명히 들렸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정수기의 온수와 냉수 불빛만 보였다 때마침 천둥소리가 들렸고 세찬 바람이 느껴졌다
건물 안이라 바람이 들어올 리가 없는데 약간 겁에 질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안을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여닫이 창문이 열려 있었고 비가 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게 왜 열려있지? 별생각 없이 창문 쪽으로 다가가 다시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창문을 닫기 위해 팔을 벌렸다 그런데 갑자기 부스럭부스럭 내 밑에서 뭔가 꾸물 대는 게 느껴졌다 시선을 내려 밑을 보니 민박집 외부 담벼락과 민박집 1층 좁은 벽 사이에 웬? 검은 물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고양이인가? 비가 쏟아져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검은 물체는 잠시 꿈틀대더니 건물벽을 타고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사.. 사람이었다 검은 옷차림의 사람이 올라오는 걸 보고 도둑인가 도둑질하려고 왔구나 내가 눈치챈 걸 알면 그냥 가겠지? 생각을 하고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 용기를 내어 외쳤다

야.. 야 너 뭐야?

 


그 순간 그 사람은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노려 보고 있었다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소름 끼치는 눈빛이었고 검은 옷소매 밖으로 벽을 짚고 있는 차가운 맨 손이었다
어?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동시에 그 귀신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노려보면서 벽을 빠른 속도로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어? 너무 놀라 뒷걸음치며 방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놀란 상황이라 현실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친 건가 뭘 본거지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와중에도 내 시선은 오직 그 망할 여닫이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비는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TV는 아직도 드래곤볼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5분이? 지나고 문뜩 생각이 났다

뭐지? 방금 그 정도의 속도라면 벌써 창문에 나타났어야 했는데?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을 통해 나타날 귀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일어났다 방문에 등을 기댄 채 서서히 일어나는 그 순간 제 오른쪽 위 천장 구석에 스스슥 스스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보면 안 돼! 속으로 그렇게 되새겼지만 고개는 이미 천장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소복 차림의 창백한 얼굴을 한 귀신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스스슥 스스슥 그 귀신의 머리카락이 천장 벽을 타고 방을 퍼져나가고 있는 소리였다 너무 놀라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니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 귀신의 몸통은 천장 구석진 곳에 그대로 있었고 목만 쭈욱 늘어나더니 얼굴 코 앞까지 와 있었다 머리카락인지 손인지 무언가가 제 목을 조르며 숨통을 조여왔다 망설이 없는 그 눈빛을 보며 날 죽일 생각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때 마침 생각난 것이 어머니가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사시던 예수님이었다 종교를 잘 믿는 편이 아니었지만 초자연적인 존재 귀신이 눈 앞에 있는데 살 수만 있다면 종교의 힘을 못 빌릴까?

예수다 그렇게 외치면서 저는 귀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때렸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무표정이었던 귀신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목을 조여오던 손과 머리카락이 풀렸다 전세가 역전된 것을 느끼며 다시 예수다를 연발하며 귀신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귀신은 당황하며 벽 속으로 사라졌다
의기양양 해진 저는 씩씩거리며 벽을 차고 두드리며 나오라고 외쳤다 그러다 문득 눈을 깜빡이고 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켜 보니 창문 밖으로 화창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교회에 갔다 온 어머니는 TV 및 서랍에서 뭔가를 찾고 계셨다 꿈이었다 꿈속에서 귀신을 본 거였다 그렇지만 꿈속에서 귀신과 싸워 이겼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종교인으로서 뭔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고 당장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싶어 졌다 침대에 나와 어머니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다

 

엄마 나 꿈에서 귀신 봤는데 내가 이겼다

 

어머니는 고개를 들고 절 바라보는데 어머니가 아닌 그 귀신이었다 순간 숨이 멎었고 모든 것이 멈췄다 풍경은 다시 밤이 되고 창문을 통해 비바람이 들어오고 TV에서는 드래곤볼이 하고 있었다 귀신의 눈동자를 통해 창백한 얼굴로 굳어진 내 얼굴이 보였다
그렇게 그 귀신과 얼굴을 마주 보고 마치 10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잠시 후 천둥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방바닥에 대 자로 누워있었고 방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로 물이 흥건했다
투니버스에서는 드래곤볼이 끝나고 운동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저는 곧장 우산을 챙겨 어머니가 예배드리러 간 교회로 달려갔고 거기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떼를 쓴 덕에 민박집을 옮기게 되었다 제가 본 귀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생각할 존재가 아니었다 귀신은 보면 처녀 귀신이다 남자 귀신이다 그런 생각을 안 들었다 오직 사람이 아니다는 그 사실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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